'매수 일색 리포트'에 칼 뺀 금감원 "시장 탓 말라"

금융감독원이 증권업계의 ‘매수 일색 리포트’ 관행에 칼을 빼들었다. 랩어카운트와 신탁을 통한 증권사들의 채권 ‘돌려막기’ 관행에 대해서도 강경 대처할 방침이다.

5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증권사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은 이날 “증권사 리서치부서의 독립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널리스트 성과 평가, 예산 배분, 공시방식 개선, 독립 리서치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특히 “지난 3월부터 주요 증권사와 운영 중인 ‘리서치 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에서도 증권사들은 그간 관행에 대한 자성 없이 시장 환경만 탓했다”며 “이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경고했다. 증권사 자율의 자정 노력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간담회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을 비롯해 국내외 증권사 27곳 CEO 등이 참석했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관행은 시장 환경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 국내 증시는 매수 포지션의 비중이 높아 매수 보고서를 많이 낸다는 것이다. 리서치 보고서가 시장에 무료로 배포되는 문제점도 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애널리스트 성과 평가 방식을 개선하는 안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인사 평가 독립성 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리서치센터 소속 애널리스트의 성과를 리서치센터 밖에서 평가하거나, 과도하게 정성적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경우 등을 개선하도록 권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이날 증권업계의 랩·신탁 상품 불건전 영업 관행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함 원장은 이날 “일부 증권사는 고객의 랩·신탁 자산을 운용하면서 특정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면서까지 다른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했다”며 “더 이상 위법행위를 실무자의 일탈이나 불가피한 영업관행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했다. 금감원이 최근 조사를 진행 중인 증권사 간 ‘채권 돌려막기’ 관행 등에 대해 CEO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